당연히 맞다고 생각하고 사용하는 말들이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하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이런 말들은 평소에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틀리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 '삼가다'와 '삼가하다'
그런 말 중의 하나가 '삼가다'이다.
'삼가다'라는 말을 '삼가하다'로 사용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그건 틀린 표현이다.
'삼가하다'를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아래와 같이
'삼가하다'는 비표준어 혹은 바른 규범 표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 국립국어원 '삼가하다' 에 대한 답변 >
▩ 삼가다의 사용법
'삼가다'의 사용 방법을 살펴보면
'만나다'와 같은 규칙성을 갖는다.
예를 달면,
삼가다의 사용법을 조금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데
같은 규칙성을 가지는 '만나다'와 같은 방법으로
적용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나다'의 어미 활용을 몇 가지 예로 들어
'삼가다'에 적용하면 아래와 같다.
▶ 만난다 만납시다 만나세요 만나서 만나니 만나야
▶ 삼간다 삼갑시다 삼가세요 삼가서 삼가니 삼가야
이렇게 '만나다'와 같은 형태로 변형해서
응용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친구를 만나세요.
담배를 삼가세요. (O)
2. 친구를 만나야 해요.
담배를 삼가야 해요. (O)
3. 친구를 만나 주세요.
담배를 삼가 주세요. (O)
4. 친구를 만나 주십시오.
담배를 삼가 주십시오. (O)
만약 여기에 '삼가하다'를 쓰면
5. 담배를 삼가해 주세요. (X)
6. 담배를 삼가해 주십시오. (X)
모두 틀린 표현이 되는 것이다.
1, 2, 3, 4는 모두 맞는 사용법이며
5, 6은 모두 문법상 사용 방법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삼가하다'라는
표현을 써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능하면 어법에 맞게 사용하면
더 좋을 거라 생각된다.
▩ '삼가하다' 사용 이유 추측
그럼 왜 '삼가하다'란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 걸까?
추측컨데, '삼가다'란 단어 외에 '삼가'라는 단어가
존재하는데 '삼가'를 한자어로 여기고
여기에 '하다'란 접미사를 붙여
'삼가하다'로 잘못 사용하는 건 아닐까?
예를 들면
▶ 명사 : 운동, 공부, 필요, 중요, 충분
▶ 부사 : 빨리, 잘
여기에 명사와 부사들은 '하다'와 결합하여
동사나 형용사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단어들이 다음과 같다.
˙ 운동하다 (동사)
˙ 공부하다 (동사)
˙ 필요하다 (형용사)
˙ 중요하다 (형용사)
˙ 충분하다 (형용사)
˙ 빨리하다 (동사)
˙ 잘하다 (동사)
즉, 앞에 있는 단어들처럼 '삼가 + 하다' (X) 를 결합시켜
사용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사 '삼가'의 뜻은 동사 '삼가다'와 다르다.
'삼가'는
'우리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그러므로 '담배를 삼가해야 합니다' (X)에
사용할 수 없다.
▩ '삼가'의 뜻
위 사전적 정의에서 보듯,
'삼가'의 뜻은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이다.
그러므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의 뜻은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 된다.
▩ '삼가'의 띄어쓰기
간혹, '삼가'를 띄어쓰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삼가고인'이라는 단어는 없으므로
당연히 띄어쓰기를 해야 한다.
< 표준국어대사전에 삼가고인이란 단어는 없다 >
▩ '삼가'의 올바른 사용 방법
즉, '삼가'의 올바른 사용법을
'정중하게'란 말과 같은 형태로
적용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정중하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O)
3. 고인의 명복을 정중하게 빕니다.
4. 고인의 명복을 삼가 빕니다. (O)
여기서 '삼가'의 사용법으로 2, 4가 모두 맞지만,
습관적으로 2의 문장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
요즘 한강 대학생 실종 사건이나
공군 부사관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정말 안타깝고 원통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서 그분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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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빈센트의 함께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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